막연히 아이들의 유학기간 동안, 그렇게 아름답다던 남섬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었지만
그게 현실로 다가올거란 생각은 쉽사리 하지못했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큰 걸림돌은 여행경비마련이었지요.
그래도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국의 가족들에게 받은 용돈은
조그마한 초콜릿 박스에 차곡차곡 담아 모아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름을 밝히고 싶어하지 않는 분'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덜컥 남섬행을 결정, 준비하게 됩니다.
"이 원수는 한국가서 꼭 갚겠습니다~!"
아이들과 저, 셋이서 떠났다면 운전할 용기를 내지 못하고
인터시티나 매직버스 같은 버스를 타고 돌아다녔을텐데
북섬에서도 언제나 같이 떠나는 여행 동지, 영숙언니네와 함께 가기로 하면서
봉고차를 렌트, 남섬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자유여행' 을 계획하게 됩니다.
남섬으로 떠나는 총 인원은 어른2, 어린이5.
인원이 좀 많기에 숙소와 루트 등 최대한 많은 자료조사를 해서 오차를 줄이려 노력했습니다.
5명의 어린이를 사고 없이, 통솔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건강 유지에 그토록 신경을 썼건만
떠나기 이틀 전, 컨디션이 심상치 않더니 하루 전 날, 급기야 고열과 구토, 몸살 증세에 밤을 지세워야 했습니다.
미리 짐을 대충이나마 싸두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요.
하루 종일 빈 속에 약을 밀어넣으며 회복하려고 애썼고
떠나는 날 새벽엔 3시에 침대에서 일어나 쌀 한 컵 분량의 죽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집 떠나면 먹을 만한 것을 구하기 힘들다는 생각에 죽을 싸가지고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신력 때문인지, 그래도 몸이 움직여지긴 하더라구요.
타우랑가 공항의 departures 입니다.
워낙에 국내선이라 음식물 반입이 가능하다는 이야긴 들었는데요,
물도 되는지 몰라 아이들이 직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No water 라는 안내문과는 다르게 물 반입도 가능하다고 하네요~.
그래도 입구에선 제가 촬영을 시도하기도 했는데, 비행기에 타고나서는 완전 뻗었습니다.
비행 내내, 화장실로 달려가고 싶다는 생각과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비행기 타면서 멀미하기는 처음있는 일입니다.
다들 독서를 하면서, 음악을 들으며, 창 밖의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갈 때
전 두 눈 꼭 감고, 토하지 않으리라 의지를 다지며 갔습니다.
오죽하면 정락이가, "이모, 괜찮으세요?", "계속 아프세요?", "잘 주무셨어요?" 라고 묻더군요.
워낙에 짧은 운행시간이라 뭔가 제공될거란 기대도 안했는데
물, 티, 커피, 캔디, 쿠키 등이 제공되었습니다. 물론 전 구경도 못하고 맙니다.
아픈 엄마를 대신해, 카메라를 책임진 지수가 하늘 사진만 수십장 남겼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창가의 얼룩이 고스란히 남아 세 장을 골라내었습니다.
통가리로 hut 에서 보았던 운해를 이 날 또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구름 위에 떠 있는 경험, 신선이라도 된 듯한 기분입니다.
위의 사진은 영숙언니 사진 폴더에서 찾아낸 것입니다.
영숙언니 사진 폴더 크기는 2.48GB
제 사진 폴더 크기는 9.80GB 입니다.
3GB가 넘는 동영상은 별도로 말입니다.
13일간의 여행 기간 동안 정말 많은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숨막히게 아름다운 광경 앞에서
그것을 1/100 도 담아낼 수 없는 저의 조그만 디카의 한계를 느낄 때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아무쪼록 한국에 계신 가족들과 지인들.
그리고 우연히 저의 블로그를 스쳐 지나가는 소중한 인연의 모든 사람들에게
저희들의 소중한 추억을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아프지 않는 한, 하루에 한 번은 '우리들의 남섬이야기' 를 들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