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좋은 어느 주말.
가출을 꿈꾸는 쌍둥이는
'새두산 유치원'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는 대신(1)
그늘막 텐트를 들고 마당으로 나갑니다.
바닷가에 쳤던 텐트에 고운 모래가 잔뜩 묻어있자
손수 진공청소기까지 들고 나섭니다.
매주 'housework' 숙제를 해결 못해 전 날에서야 집 안을 두리번 거리는 아이들이 말입니다.
아이들은 잠-깐 mp3를 들으며 수학 공부를 하더니
친구가 찾아오자 바로 후다닥 집 안으로 들어가 영화를 보았다지요^^
구석 진 어느 곳.
좁지만 세상에서 딱 하나 뿐일 자신만의 공간.
그것은 마치 본능인 것처럼
말 못하던 그 시절부터 찾고, 만들어 냅니다.
우리 셋이 살고 있는 이 집은 조그마한 방이 두 개입니다.
침실 하나에 더블 침대 하나와 싱글 침대 하나가 같이 놓여져 있구요.
더 작은 방 하나엔 큰 책상이 하나 있고, 공부도 셋이 함께 합니다.
즉 잠을 잘 때도, 공부를 할 때도 우리는 함께 있어야만 합니다.
그 뿐입니까?
차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는 이 곳에서
엄마는 아이들의 그림자마냥
붙어있어야만 하지요.
저야 아이들이 학교 간 뒤 혼자만의 시간을 갖지만
그러고보면 우리 아이들은 사춘기의 어느 시기 쯔음 일텐데
엄마의 레이더 망에서 한 순간도 피하지 못하고 살고 있네요.
문득 살-짝 안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고 1때였습니다.
작은 언니와 함께 공부방을 쓸 때였는데
독방처럼 쓰고 싶던 저는 책상의 뒷부분을 문을 마주 보게 두었습니다.
책꽂이가 붙어 있던 책상이었으므로
당연히 가족들은 방에 들어와서도 저만의 공간으로 들어서야 저를 볼 수 있었죠.
인테리어상 허락하기 힘든 구조였을텐데
그렇게 허락하여 주신 어머니가 지금 생각해 보니 대단하시네요~.
한국에 돌아가면
왠만하면,
혜수방, 지수방을 따로 주어야겠구나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에게는 숨어 있을 만한 공간이 계시나요?
주석(1).
하도 말 안듣는 쌍둥이들에게
이렇게 힘들게 하려면 친할머니댁으로 가라, 는 외할머니 말씀에
천연덕스럽게 가방 메고 둘이 집 나간 사건입니다.
집 앞 학교 운동장에서 놀았다고 했나,
아니면 마을버스 정류장 쪽으로 걸어갔다고 했나,
뭐 그 부분은 저도 들은 지 오래 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만.
원래 이런 상황에선 눈물 뚝뚝 흘리면서
잘못했다고, 이제 외할머니 말씀 잘 듣겠다고 이야기 해야 하는 포인트지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