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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곳에서의 설렘

[뉴질랜드 북섬]Karangahake Gorge Historic Walkway에 다녀와서 1

뉴질랜드의 많은 도시 이름은 이렇듯 마오리어로 지어져 있습니다.

물론 해밀턴, 퀸즈타운 같은 기억하기 쉬운 영어식 이름도 있지만,

그냥 제 주관적인 느낌으로는 영어식 보다 마오리어식 지명이 더 많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팻말을 뚫어지게 쳐다보아도 지명을 기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의 기억력을 도통 믿지 못하는 요즘, 전 그저 팻말을 사진으로 남깁니다.

사실 이곳을 다녀온 지금도, 이 이름을 기억하지도, 제대로 발음하지도 못합니다.


이번 산행길 개발(?)은 영숙언니 작품입니다.

사실 이 길은 타우랑가에서 오클랜드 가는 길 중 저는 일명 '절벽길' 이라고 부르는 곳인데

대관령처럼 꼬불꼬불하고(제가 아직도 어려워 하는 코스^^;) 옆으로 빗나가면 강으로 떨어질 것 같은
 
아찔한 길로 기억하는 도로입니다.

하지만 이 길목에는 멋진 등산로와 워크웨이 코스가 있었으니 

날씨 좋은 날에는 주차장에 차들로 가득 차고(바로 저희가 찾아간 그 날!)

낚시하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가까운 곳에는 와이너리와 레스토랑도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와이너리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해 본 적이 있는 언니 말에 의하면,

그 레스토랑은 그저 그런 평범한 곳인 것 같습니다.

타우랑가에 위치한 밀스 리프 와이너리는 식사도 아주 훌륭한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말입니다.

산행을 계획한 지는 좀 오래되었는데, 그동안 날씨가 허락치 않다가

다행히 이번 연휴 내내 날씨가 좋아 계획이 실행 될 수 있었답니다.

이번에는 정말 제가 운전을 해야겠다 맘을 먹고 아침 일찍 기름을 꽉 채워놓기도 했는데

언니가 운전을 하겠다고 해서, 또 편안하게 조수석에 앉아 갔다 올 수 있었답니다

(사실 조수석에 앉으며 휴-우 안도의 한숨쉬는 보키씨^^)

타우랑가에서 약 1시간이 소요되는 이 곳을 우리는 오전 10시 경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날, 우리는 제일 긴 시간이 소요되는 코스를 선택, 도전하게 됩니다.

영숙언니와 저, 그리고 다섯명의 아이들이 오늘 산행의 멤버입니다.


고모가 사준 티셔츠와 흰색 반바지로 한껏 멋을 낸 지수.

그리고 반바지를 입고 산행을 시도한 지수의 결과는???

(2편에서 이어집니다. 인터넷 용량을 거의 다 쓰고 지금도 불안한 맘 안고

가족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있는 보키씨. 무한 용량 인터넷 한국이 좋아 좋아요~.)  


아직 산행 직전이라 생생한 아이들의 표정 ㅋ


이 사진 역시 산행 초입에 찍은 사진입니다.


이 사진 이후에 도훈이와 지수는 선두를 서며 우리보다 앞서 나가기 시작했고

혜수, 소빈, 정락 그리고 어른 두 명이 함께 걸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선두를 선 두 명은 산다람쥐마냥 지치지도 않고 산을 날아다녔고

나머지 다섯 명은 힘들어 하는 가운데 서로를 격려하며 산에 올랐답니다.

소빈, 혜수, 정락이는 힘들다고 살짝쿵 보채면서도 어찌나 어른들을 자-알 챙기던지^^

어른들보다 조금 앞서서 걸었던 아이들은 위험한 길이 있으면 조심하시라고 일러주고...

특히 정락이는 미끄러지기 십상인 진흙탕 길 위에 나무줄기를 깔아 편히 걸을 수 있게끔 조치를 취해주기도 하고...

외모는 앳띄어도 어찌나 속 깊에 행동하던지.


아이들이 폭포를 보았노라고 즐거워 하던 이 사진 이후에 길은 점점 험해졌고

결국 제 손목에 달려 있던 카메라는 가방 안으로 이동했습니다.

그 다음은 저 자신과의 싸움으로 이어집니다.

점점 지쳐가지만, 어른답게 행동해야 하는 보키씨는 그저 묵묵히 걸어갑니다.

그리고 꿀맛 같은 휴식 중에...

영숙 언니 가방 안에서 나온 뚜이 캔 두 개와 김 봉지들 ㅋㅋㅋ.

저도 정상에서 마시면 참 좋겠다 싶어, 뚜이를 만지작 거리다

그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아 최종 누락 시켰는데

언니는 그 무거운 맥주를 기어이 가지고 왔었네요.

사실 그 다음 힘든 여정은 그 맥주 덕에 간 것일지도.

통증이 좀 무뎌지고 편하긴 하더라구요 ㅎㅎ.

그래서 한국의 산에선 막걸리를 파는 것인가요?


등산의 필수준비물, 초콜릿.

아이들은 초콜릿을 먹으며 다시금 힘을 냅니다.

저도 산을 좋아하시는 엄마 덕에 산행엔 초콜릿! 이라는 공식은 알고 있었음에도 깜빡했는데

언니는 잊지 않고 큰 초콜릿을 두 개나 준비해 왔답니다.

20대부터 산을 사랑했던 언니라 그런지 역시 다르네요-.

다음 번 산행 때는 저도 잊지 않고 챙겨가야 겠어요. 힘을 불끈 솟게 하는 초콜릿 ㅋ.


초콜릿을 먹을 때만 해도 우리와 함께 있던 도훈이와 지수는

이 시간 이후로 우리의 시야를 완전 벗어납니다.

어쩜 그렇게 빠르게 앞서 나가는지. 음메 기죽어 ㅋ.


끝까지 어른들 곁을 떠나지 않던 삼인방.

다리 위에서 찍은 사진과는 포스가 사뭇 다르죠? ㅎ

땀과 홍조 띈 뺨.

뉴질랜드에서 가파른 산행은 처.음.인지라 우리는 더더욱 힘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이 곳은 우리의 땀을 닦아주고 

우리의 지친 마음을 다독여 준

냉장고 같다고 말한 아주 쿨-한 장소입니다.

혜수가 안고 있는 저 과자는 산행 전 날, 

아시안 마켓에서 김치와 고추장 사고(거의 $100) 사은품으로 받은 영광의 양파링 되겠습니다.

후발대 3인방, 아니 5인방이 선두팀 몰래 냠냠 먹었던 양파링.

결국 혜수가 실수로 길에 몇 개를 흘리게 되어 지수의 레이더에 걸리고 말았지만요.


아! 뿌듯하여라!!

결국 우리는 산 정상에 오르고야 맙니다.

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풍경은...

온통 하늘색과 연두생 투성이.

한국의 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풍경은 보통 주택가이지요?

물론 그 곳에서 바라다 본 풍경도 매우 멋지고 우리에게 감동을 안겨주곤 했습니다!

호연지기도 길러지고.

세상의 온갖 피곤과 시련에서 초연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마음이 생기곤 했었지요!

가끔...저 많은 집 중에서 왜 우리집은 없을까? 뭐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요^^;



우리가 산정상에서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순간

선두를  서던 도훈이와 지수는 다른 장소로 이탈해서 계속 이동중이었고

그 아이들을 데리러 언니 홀로 떠난 상태였습니다.

배고파하던 아이들을 그래도 밥은 같이 먹자, 고 다독이고 있을 때

짜잔. 산다람쥐팀과 언니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늘 진 곳으로 이동,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꿀맛 같은 점심시간을 갖습니다!!!

언니는 삼각김밥을, 저는 유부초밥을 준비했습니다.

먹으면서도 좀 싱거운 유부초밥이 계속 신경쓰이는 보키씨.

다음번엔 꼭 배합초를 사용하리라 맘을 먹습니다 ㅋㅋ.

이 케이크의 정체는?


사실 산행 다음날이 정락이의 생일입니다.

생일 당일은 만날 수 없을 것 같아서

산 정상에서의 생일 파티는 음...넘 낭만적이어서(제가 스스로 생각할 때) 

비록 제가 마실 맥주는 무거울까봐 누락시켰지만,

정락이 생일 케잌과 초, 라이터는

베낭 안에 짊어지고 올라왔습니다.

비록 마트에서 판매하는 작고, 초라한 초콜릿 케이크라 할지라도.

저도 아직 한 번도 경험 하지 못한 산 정상에서의 생일 파티.

(아! 남산에선 친구 생일 파티는 해보았지만. 그걸 산 정상이라고 하긴 좀 그렇죠?^^)

다섯 명 아이들의 가슴 한 켠에 뉴질랜드 산 정상에서의,

힘들고 지쳐서 되돌아 가고 싶다고 되풀이 했던, 그 산 꼭대기에서

한 친구의 생일 케이크에 초를 켰었노라고

먼 훗 날, 기억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내려가는 길은 계속 내리막길이라 훌훌 국수 말아먹듯이 손쉽게 내려 갈 수 있었습니다.

비록 제 다리는 후들거리고 있었지만요.

하산길은 후발팀 삼인방도 속력을 내어 달려가더군요.

덕분에 어른들은 오붓하게(?) 걸어 갈 수 있었답니다 ㅋ.

밑에서 우리들을 발견하고 손을 흔드는 독수리 오형제입니다.

도훈이는 그 사이 자신의 런치 박스에 야생 부추를 뜯고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야생에서 살아남기' 를 찍어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아참. 저는 왜 부추를 뜯어 올 생각을 안했을까요?

지금 생각 해 보니, 잠시 사고가 멈춘 것이 아닐까 싶네요...


이제 정말이지 인터넷 사용은 날씨 확인으로만 써야 할 시점이 왔습니다.

저는 28일, 수요일부터 새로운 용량으로 시작하오니

우리들의 산행기 2편과 망가누이에서의 뜻 밖의 에피소드는 

수요일 저녁에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럼 룰루랄라후니님 그리고 양가 부모님과 그 밖의 가족 여러분.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구요.

즐거운 나날들 보내시길 바랍니다.